어제는 새벽이가 죽은 지 일 년이 되는 날이었다
2022-07-26
끔찍하도록 깊게 사랑하던 존재를 잃는 것에 대해 어느덧 잘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참 이상하지. 새벽이를 기르는 동안 그 아이의 따뜻한 배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을 때마다 상상하던 이별이었는데.
애정만 주기에도 모자랐던 시간인데, 뭣한다고 그렇게 미련하게 미리 슬퍼했나 후회가 많이 되지만, 다시 어떤 존재를 사랑하게 되어도 나는 또 미련하게 헤어짐을 두려워할 것 같다.
새벽이는 버려진 개였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 버려져, 오가는 자동차 사이를 피해 다니며 겁에 질린 채 주변을 살피고 있던 걸 민주 이모가 발견했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데려다 동물병원에 맡겼다고 한다.
부산에서 출발한 새벽이는 새벽녘 어슴푸레한 시간에 우리 집에 도착했고, 그렇게 우리 집 막내가 되었다. 혼자 남겨지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집에 두고 나가면 꼭 한 번씩 사고를 쳤다. 젊었을 때는 점프력도 좋아 의자를 디디고 식탁 위까지 올라가 오줌을 싸놓는 말썽을 부리기도 했다.
한 번은 차를 타고 가는데 정차하는 순간 창밖으로 뛰어내린 적도 있다. 우리 가족은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해 놓고, 새벽이가 노견이 되고 나서는 오줌 눌 때 다리를 접는 것도 버거워할 때마다 그 팔팔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 그때가 좋았었지 캬 뭐 그런 얘기들을 곧잘 했다.
얼마 전 설인아가 반려견 줄리를 집에 혼자 네 시간 이상 두지 않는다는 게 가족의 절대 규칙이라고 말하는 걸 봤다.
매우 훌륭한 이야기였는데, 이상하게 질투가 났다. 그렇게 하지 못했던 나를 질책하고 후회하고, 새벽이에게 미안해하면서.
사실 그 애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는 요즘 잘 기억이 안 난다. 어제 사진첩을 뒤져보니 그제서야 선명해지더라. 공부할 때 내 곁에서 떨어지질 않아서 날 얼마나 귀찮게 했었는지, 방에서 내쫓으면 내 방문 앞에 고집불통 얼굴로 떡 하니 앉아서 꿈쩍 안 하던 모습도. 결국 문을 열어줄 때까지 앞발로 방문을 긁어대던 모습도.
근데 야속하게도 퇴근하고 돌아와 현관을 열었을 때 짙은 어둠 속에 홀로 덩그러니 앉아있던 모습은 어째 잊히지가 않는 거다. 마치 누가 툭 던져놓은 듯 어두커니 앉아서 날 쳐다보던 눈빛이 너무 선명해서, 그래서 아직도 집 현관을 여는 게 좀 무섭다. 어두운 시간에 불 꺼진 집에 들어와 신발을 벗노라면 그냥 눈물이 왈칵 맺힌다.
대학교 입학한 여름쯤이었나. 술자리에서 승은이랑 가장 슬펐던 일이 뭔지 얘기를 했다. 승은이는 첫사랑과의 이별을 얘기했고 나는 한울이의 죽음을 말했다. 그게 2011년이었다.
10월 8일. 맞게 기억하고 있는지도 가물가물한 한울이의 기일은, 어느새 나에게 그렇게 특별한 날이 아니게 되었다.
이처럼 아무렇지 않아지기까지 걸린 10년의 세월 동안 한울이의 체취와 그 예쁘고 잘생긴 얼굴과 귀여운 목소리는 기억 속에서 빠르게 희미해졌지만, 어째선지 사랑하는 존재의 상실이라는 트라우마만은 굳건하게 남아 오래도록 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새벽이는 내가, 내 가족이 가장 가난하고 불행하던 순간에 우리 곁에 있었다. 그리고 상실의 감각이 가장 짙은 순간에 내 삶에 머물렀다. 그래서 반절만 사랑하고 반절만 호화로웠다.
달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을 볼 때마다, 지지리 궁상떨던 지난 거여동에서의 10년을 채워준 새벽이가 너무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