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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서 황혼까지

2021-05-27

개는 노견이 되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혀를 내밀게 된다. 새벽이 역시 입을 못 다문 채 항상 혀를 내밀고 있고, 이것 땜에 구강이 건조해서 그런가 물을 참 많이 마신다. 특히나 혀가 6시 방향이 아닌 8시 방향으로 나와서 그 각도로만 혀를 쓰기 때문에 물을 마셨다 하면 주변이 수영장이 되어버린다. 그뿐인가 조금만 방심하면 숨을 안 쉬고 발작을 하는가 하면, 밥은 또 왜 이렇게 안 먹는지 쫓아다니면서 먹여주고 뱉으면 또 주워 멕이고.. 말 좀 들어라!!!

앗 이거 쓰는데 방금 새벽이가 콧물 흘리면서 내 종아리에 코 갖다 댔다 T.T 진짜 불쌍하고 귀엽고 불쌍하고 귀엽고의 무한 반복이야. 콧물도 스스로 못 핥아서 내가 다 닦아줘야 하는 구염둥이 할미 새벽.

엄마는 요즘 주식 공부하는 걸 나한테 1부터 10까지 다 말해야 직성이 풀리시는지 나는 관심도 없는 분야를 아주 열심히 설명하시고 혹여라도 내가 대충 듣는 게 느껴지면 속상해하신다. 방에서 공부하다가도 나가서 말씀을 들어 드리거나 유투브가 안 된다고 할 때마다 앱을 새로고쳐 다시 틀어드리곤 한다.

눈치가 빤하고 비상할 만치 이해가 깊어 현명했던 당신이 어느덧 상대가 듣기 싫어하는지도 모른 채, 유치원에서 본 개미집에 대해 신나서 제 할 말만 하는 아기처럼 행동하신다. 이런 게 나이 듦이겠지. 내가 새벽이 콧물 진물 닦아주고 밥 멕여주는 마음으로 엄마는 나를 키우셨겠지, 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다 들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