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면형 인간의 적당함 타령
2020-07-25
왠지 기록 중독에 걸린 것 같다. 나노 단위의 사유조차 남기지 않으면 날아갈까 안절부절.. 뭐지 결국 남기는 건 이런 것들뿐인데. 안 쓰느니만 못한데도 계속 쓰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뭔가를 잘 하려고 애쓰면 언제나 빠른 시일 내에 질리고 + 결국 잘하지 못하는 게 싫고 두려워져서 외면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잘 하려는 욕심이 들기 전에 빠르게 못해버려야 해. 그렇다고 너무 망쳐버리면 가냘픈 의욕마저 실종되어 버리므로 적당한 수준만큼만 못해야 한다. 정제된 글을 향한 욕심을 버리고 이런 어중간한 수준의 정크를 양산해야 계속 쓸 수 있다는 말씀.
이게 비단 글뿐만이 아니고 크게 내 인생을 관통하는 어떤 균형의 법칙 같다. 적당한 망함과 비루함이 있어야 내가 가진 발군의 역량이 비로소 극대화될 수 있었던.. 확실히 잘한다 잘한다 해주면 더 잘하는 인간이기는 한데, 그렇게 '잘난 아무개'라는 막이 형성되어 버리면 그 레이어가 손상되지 않도록 지키는 에너지가 추가로 요구되기 때문에. 종국에는 그 무게를 잘 견디지 못했다. 스스로의 자격을 의심하며 차곡히 적립한 불안이 결정적인 순간에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게 내 패턴이었다고. 연애든 일이든 공부든 간에.
그래서 의식적으로 나의 허접함을 표출하며 스스로를 비난해야 직성이 풀리는 마조히즘적 성향이 생겨버린 듯하다. 적당히 비루한 유머로 희석되지 않은 고농축 진지 글(feat. 엄홍식)을 볼때면 광기 어린 조롱을 날리는 못된 새디즘도 포함하여..
김연수는 인간은 긍정적인 신호보다 부정적인 신호를 다섯 배나 더 강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한 번 비난을 받으면 다섯 번 칭찬을 받아야 마음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는 글쓰기'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고 했다. 한편 신형철은 '자신의 처절한 오류와 과오를 깨닫는 회한의 순간에서 자신이 좋지 않은 사람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일보 전진할 수 있다'라고 했지 않나. 부정 편향 비판이 아니다 이건가. 하긴 비판과 비난은 다르지..
아 몰라 내가 원하는 건 적절한 성공과 잘남에 양념처럼 곁들인 '인간적 비루함'인데 지금은 완전 정반대 리버스라서 '총체적 비루함'에 '성공에의 열망'만 한 꼬집 뿌려진 상태에 가깝고. 그냥 너무 진지해지지 말고, 너무 집착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한없이 가볍게 조롱하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적당하게, 살아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