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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업데이트 일기

2020-05-29

일기를 쓰는 건 좋은 일이다. 다만 제목에 날짜만 들어가는 게 싫다. 특정 글을 다시 읽기 위해 모든 날짜를 다 클릭해 봐야 하므로.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주제를 정해 글을 쓰는 편인데 지금 당장은 한 주제를 깊게 얘기하고 싶지가 않다. 사실 시간에 매우 쫓기고 있다. 논문 초고의 마감이 31이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썼냐고? 글쎄 5프로..? 나의 미루기는 이제 습관이 아니고 병에 가깝다. 내 인생이 분명 이것으로 병들고 있다. 나의 미룸 리스트를 떠올릴 때마다 숨이 차오르고 식은땀이 나는데 이런 걸 공황이라고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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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는데 귀귀를 팔로하고 있었다. 이웃 업데이트에 귀귀가 뜨길래 들어가서 본 만화는 옛날처럼 유쾌하지가 않고 기분이 더러웠다. 스스로의 안목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다. 내가 좋아한 작가나 감독은 어쩐지 상당수가 여혐 논란이 있었고, 예술계의 플로우상(비단 예술계뿐만이겠냐만) 여성혐오 베이스가 만연했다지만서도 어쩔 수 없는 자괴감이 든다. 과거의 내가 죄의식 없이 즐길 수 있던 컨텐츠가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건, 세상이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개인의 안목도 올바르게 성장한다는 거겠지. 우디앨런의 영화를 더 이상은 즐길 수도 없고 훌륭하다 여기던 숱한 작품들을 더는 좋다 말하기 힘들어지는 게, 좋은 걸 좋다 말하기 전에 그로 인해 지워질 약자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떠올리는 게 피씨의 길- 이라고 아직도 현진건 문체 못 잃는 디두가 말하네, 아아 그립은 흘긴 눈으로 귀귀를 언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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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아저씨네 가게에 수육을 삶아놔서 그거 먹고 오겠다고 신이 나서 새 옷 빼입고 나간 아부지가 술이 떡이 돼서 들어와서는 샤워하다 넘어지셨다. 그것도 제대로. 팔꿈치가 찢어지고 골반에 심한 멍이 들고 허리를 잘 못 움직이는 것도 모자라 숨을 잘 못 쉬겠단다. 이걸 어쩐다. 이사 오기 전 집에서 만취상태로 나를 보겠다며 다락방에 오르다 계단에 긁힌 정강이가 심하게 덧이 나 2주 동안 통원치료한 것도 채 낫기 전이다.(랩으로 둘둘 감고 샤워함) 계속 보고 있을 수는 없어서 일단 방에 들어와서 논문을 쓰려는데 당연히 집중이 될 리가 없다. 왠지 가까운 미래가 더 암담해졌다. 문밖에선 앰뷸런스를 불러야 하는지 참았다가 내일 아침에 병원 갈지를 놓고 다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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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아빠가 꼭 가서 등록해놓은 당신 지문으로 창고 문을 열어야 하는 일이 있다. 그놈의 지문 인식 때문에 대타가 불가하지만 이 시국에 이 정도면 좋은 조건이라고 버릇처럼 말하던 그 일. 하루라도 늦었다간 얄짤없이 짤린다고 걱정을 하던 일인데. 아빠의 찢어진 팔꿈치를 드레싱해주고 젖은 머리를 말려주고 티셔츠를 혼자 못 입길래 겨우 입혀주고 눕혀주고 오전 5시 알람까지 설정해주고 나오는 길에 문득 스치는 '아빠 짤리면 어떡하지' 생각. 그리고 연이어 '아빠 이렇게 늙어 꼼짝 못 하고 온갖 병환에 그 수발 다 내가 들면 어떡하지' 생각. 참 이 정도 인간이다 내가. 온 집안 퍼지는 한숨소리가 매섭다.